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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기관장을 해보니 바늘 하나도 들어갈 틈이 없도록 만든 시험이에요."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가톨릭대 교직과 교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관리 시스템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출제와 검토, 시험 진행과 채점까지 모든 과정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한다는 얘기다. '가장 공정한 시험'이란 인식은 대개 이 엄격함에서 비롯된다.
수능 관리의 핵심은 시험 문제의 '보안'이다. 출제진 전원이 약 40일간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를 완벽히 차단한 장소에서 합숙하며 문제를 낸다. 과거 한 출제위원은 합숙 기간 중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빈소로 외출을 허락받았는데 보안요원이 동행해 화장실까지 쫓아다니며 24시간 감시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은 3년 연속 할 수 없고, 자녀가 고3이라면 맡을 수 없다. 출제진에게 가장 아찔한 상황은 오류가 있는 문제나 사교육 문항과 비슷한 문제가 출제됐을 때다. 평가원은 이 상황을 '사고'로 간주한다. 검토위원들은 특정 수험생에게만 유리하지 않도록 최종 시험지가 인쇄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사교육 기출 문제를 걸러내는 데 집중한다
수능의 난이도는 수차례 검증을 거쳐가며 조정된다. 먼저 교수와 교사로 이뤄진 출제위원이 합숙 장소에 입소해 문제를 내면, 그다음엔 현직 교사로만 이뤄진 검토위원이 일주일가량 시차를 두고 합류해 문제를 풀어본다. 수능 출제에 참여했던 검토위원 A씨는 "교사들도 자기 세부 전공이 있기에 처음에 풀 땐 다 맞히지 못하기도 한다"며 "수험생이 풀었을 때 몇 %나 맞힐지 예측해 의견을 전달한다"고 했다.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예상 정답률이 다르면 합의에 이를 때까지 수정·보완을 거듭한다. 1·2차 출제를 거쳐 최종 시험지가 완성될 때까지 이 과정을 크게 세 차례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경험 차이, 그해 수험생의 학업 성취도 등이 난이도 조절의 주요 변수가 된다. 검토위원인 교사가 어떤 학교 유형(일반고, 자율형사립고 등)에 근무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정답률 예상도 차이가 난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의 문제풀이 실력을 은연중에 기준 삼아 정답률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재수생 규모를 포함해 해마다 시험을 보는 대상군이 달라지는 것도 난이도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2024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이었던 정문성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사회적 사건이 발생하면 아이들의 학력에 영향을 끼쳐 난이도 조절이 어려워진다. 2002년 월드컵 때도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며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우리 대표팀이 8강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출제위원끼리 할 정도"라고 스트레스를 털어놨다.
진화하는 사교육 업체의 문항 예측 역량도 출제진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수능 출제위원이었던 교사 A씨는 "EBS 연계도 아닌데 학원 문제랑 똑같아서 수능 시험지를 인쇄하기 며칠 전에 급박하게 문제를 바꾸는 일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수능이 '불영어'가 된 데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는 게 평가원의 설명이다. 오승걸 전 평가원장은 지난달 수능 채점 결과 브리핑에서 "영어영역의 경우 사설 모의고사 문제지 등 시중에 나온 기존 문항과 비교했을 때 유사한 게 많아 출제 과정에서 문항 다수를 교체했다"며 "이 과정에서 난이도 부분을 조금 더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 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평가원은 수능이 지나친 '고비용 시험'이란 지적에 한때 문제은행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다. 수백 명을 한 해 세 차례(6월·9월 모의평가, 11월 수능)나 한 곳에 가둬 놓는 데 따르는 관리의 어려움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매년 역량 있는 출제진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다. 출제 기간 중 외부와 연락을 끊고 지내야 하는 데다 교사나 교수 모두 한 달 반가량 학기 중 수업을 빠져야 해서 이를 썩 내켜하지 않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평가원은 실제 2005년 수능의 문제은행 전환에 대해 연구 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과정의 변화나 시시각각 달라지는 문제 트렌드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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